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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생실습: 한선화 연기, 수능 귀신, 김민하 호러 코미디

by 말그레75 2026. 6. 8.

2026년 5월 13일 CGV 단독 개봉한 교생실습은 김민하 감독, 한선화·홍예지·이여름·이화원 주연의 하이스쿨 호러 코미디 영화입니다. 모교에 교생으로 부임한 열혈 교생 은경이 흑마술 동아리의 비밀과 수능 귀신을 마주하며 죽음의 모의고사를 치르는 이야기로, 2025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선공개되며 한선화가 장편 배우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교생실습 포스터

한선화의 은경, B급 호러 코미디의 중심을 잡는 법

한선화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건 B급 코미디의 중심을 잡는 능력입니다. B급 영화에서 주연을 맡는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연기를 너무 진지하게 가져가면 영화의 결과 어긋나고, 너무 가볍게 가면 영화 자체가 붕 뜨게 됩니다. 한선화는 그 균형을 찾아서 끝까지 유지합니다.
강은경이라는 인물은 엄청난 포부와 사명감을 안고 모교에 교생으로 온 MZ 세대 캐릭터입니다. 진지한 척하면서 어이없는 상황에 빠지는 구조인데, 한선화의 통통 튀는 에너지가 그 캐릭터와 맞아떨어집니다. 진지함과 코믹함을 오가는 톤 조절이 인상적이라는 평이 많은데, 상영 내내 관객석에서 웃음이 끊기지 않았다는 반응도 그 결과입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장편 배우상을 받은 것도 이 연기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아이돌 출신 배우로 시작해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한선화인데, 이 영화가 그 방향을 좀 더 확실하게 만들어주는 지점이 됐습니다. 코미디와 호러가 섞인 낯선 장르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낸 연기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한선화라는 배우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르는 배우가 장르 영화에서 이 정도 존재감을 보여준다는 건, 그 수식어가 이 배우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가 아니라는 걸 영화가 직접 증명하는 셈입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장편 배우상을 수상한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수능 귀신과 흑마술 동아리, 이 영화만의 설정이 만드는 것

수능 귀신이라는 설정이 이 영화에서 핵심입니다. 한국적인 입시 문화와 호러를 연결하는 발상인데, 듣고 보면 왜 아무도 이걸 먼저 안 했나 싶을 정도로 잘 맞는 조합입니다. 전국 1등을 놓치지 않는다는 흑마술 동아리 쿠로이소라의 비밀이 수능 귀신과 연결되는 구도가 이 영화의 기둥입니다.
설정 자체가 이미 웃기지만, 영화는 거기서 더 나아갑니다. 귀신과 끝말잇기 대결을 벌인다거나, 픽셀 게임 형식의 장면이 갑자기 등장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호러 영화의 문법을 계속 비틉니다. 무서워야 할 자리에 웃음이 오고, 웃겨야 할 자리에 기묘한 긴장감이 깔리는 식입니다. 그 엇박자가 이 영화의 리듬입니다.
흑마술 동아리 세 소녀를 연기하는 홍예지, 이여름, 이화원의 톤이 들쭉날쭉하다는 지적도 일부 있습니다. 세 캐릭터가 각각 성격이 다른 인물들인데, 그 온도 차를 균일하게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 역할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 불균일함이 오히려 이 영화의 B급 감성과 나쁘지 않게 어우러지는 측면도 있습니다. 모든 게 딱 맞아떨어지는 영화가 아닌데, 그게 이 영화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가 이 영화의 단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관객이 다음 장면을 예측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예상 밖의 방향으로 빠지는 그 순간들이 영화를 보는 재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김민하 감독, 타협하지 않는 방식

김민하 감독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라면 이 영화가 첫 만남이 될 수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이 감독이 어떤 방향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지가 꽤 선명하게 전달됩니다. 코미디 안에 시대의 슬픔이 있어야 한다는 연출 철학이 이 영화에서도 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웃기는 영화이지만 수능이라는 소재 안에 입시 문화의 피로감 같은 것이 녹아 있고, 그게 영화를 그냥 가벼운 B급으로만 읽히지 않게 합니다.
제작비의 제약을 영리하게 돌파하는 방식도 이 감독의 특징입니다. 픽셀 아트나 애니메이션을 활용하는 장면들이 예산의 한계를 가리는 게 아니라 영화만의 키치한 질감을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실험적인 시도를 당당하게 집어넣는 태도가 타협을 거부하는 감독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CGV 단독 개봉이라는 조건에서 이 정도 화제를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의 입소문이 어땠는지를 보여줍니다. 주류 장르 영화의 세련된 완성도와는 다른 방향의 매력을 가진 영화이고, 그 방향이 맞는 관객에게는 꽤 재밌는 시간이 됩니다. 병맛 호러 코미디라는 장르를 처음 접하는 분에게도 입문으로 나쁘지 않은 작품입니다. 한선화와 김민하 감독의 조합이 이 영화에서 맞아떨어졌다는 게 분명히 보이고, 두 사람이 다음에 또 무언가를 함께 만든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하게 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 기대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가 남긴 가장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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