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5일 개봉한 내 이름은은 정지영 감독, 염혜란 주연의 한국 드라마 영화입니다. 제주 4.3 사건의 상처를 안고 살아온 어머니와 그 이름에 얽힌 기억을 찾아가는 아들의 이야기를 1949년과 1998년, 두 시대를 교차하며 담아냅니다. 신우빈, 최준우가 함께 출연하며, 러닝타임은 112분입니다.

정지영이 선택한 이야기
정지영 감독은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으로 알려진 감독입니다.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이면을 영화로 꺼내온 작업이 그의 필모그래피에 반복됩니다. 내 이름은에서 그는 제주 4.3 사건을 선택했습니다. 1948년 제주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수만 명이 희생된 비극이지만, 오랫동안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못한 역사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했습니다. 9778명의 후원자가 참여해 4억여 원이 모였습니다. 대형 투자사 없이 관객의 손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정지영 감독이 이 소재를 들고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기로 한 것이고, 그 숫자가 이미 이 이야기가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것인지를 말해줍니다.
영화는 1949년과 1998년을 교차 편집합니다. 4.3의 기억을 안고 살아온 어머니 정순의 과거와, 그 이름이 부끄러운 18세 아들 영옥의 현재가 나란히 놓입니다. 정지영 감독은 1998년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집단 폭력의 메커니즘을 통해, 4.3의 폭력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시대의 폭력이 다른 형태로 같은 구조를 반복합니다.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이 영화를 비극적인 역사가 남긴 트라우마를 세대를 넘어 섬세하게 비추는 작품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오랜 침묵을 깨는 작업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작품이라는 수식도 붙었습니다. 정지영 감독이 제주 4.3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 이름들을 함께 불러보자는 제안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가 국제무대로 나아간 것은, 그 제안이 한국 안에서만 유효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염혜란이 연기한 정순
염혜란의 이름 앞에 경이로운 퍼포먼스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이 영화를 본 관객과 평론가 모두에게서 나온 말입니다. 염혜란이 연기하는 정순은 4.3의 기억 속에 파묻혀 살아온 여성입니다. 오래 침묵한 기억이 서울에서 온 의사와의 만남을 계기로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염혜란은 얼마 전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제주 해녀 광례를 연기하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 작품에 이어 이번엔 또 다른 제주 어멍으로 스크린에 섰습니다. 같은 섬을 배경으로 하지만, 두 인물이 안고 있는 무게는 다릅니다. 정순은 말을 잃은 사람입니다. 기억이 있지만 꺼내지 못했고, 이름이 있지만 지워진 채 살아온 사람입니다.
염혜란이 이 인물을 연기하는 방식은 말보다 침묵과 표정에 기댑니다. 정순이 오래된 기억의 파편들을 맞춰가는 장면들에서 염혜란의 연기가 가장 선명하게 빛납니다. 화면 안에서 그 감정이 어떻게 쌓이고 터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4.3이라는 역사가 숫자나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얼굴로 다가오게 됩니다. 정지영 감독이 염혜란을 선택한 이유가 영화 안에 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광례를 봤던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서 또 다른 결의 제주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같은 배우가 같은 섬의 여성을 두 번 연기했지만, 두 인물은 전혀 다른 감정의 층위에 있습니다. 염혜란이 그 차이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이름을 찾는다는 것
영화의 제목은 내 이름은입니다. 문장이 완성되지 않은 제목입니다. 뒤에 무언가가 와야 하는데 오지 않습니다. 그 빈자리가 이 영화가 다루는 것입니다. 이름을 갖지 못한 사람들, 이름이 지워진 사람들, 이름을 부르지 못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1998년의 영옥은 자기 이름이 싫습니다. 촌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온 경태의 눈에 들어 반장이 되지만, 결국 그의 꼭두각시가 되어 교실 안의 폭력을 방관합니다. 이름을 바꾸고 싶은 소년이, 자기 이름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1949년의 정순은 4.3 속에서 이름을 불릴 권리조차 박탈당한 시대를 살아남았습니다. 두 이야기는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질문을 합니다. 내 이름은 무엇인가.
정지영 감독은 상처를 묻어두지 않고 함께 직면하는 연대가 이 영화의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영화는 4.3을 고발하거나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 이름을 잃고 살아온 사람 곁에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제28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멀버리 관객상 수상,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으로 국제 무대에서도 인정받은 이 작품은, 이름을 찾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를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4.3을 모르는 관객에게는 한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역사를 마주하게 되는 경험이 되고, 이미 알고 있는 관객에게는 그 역사 안의 개인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됩니다. 내 이름은이라는 제목에서 빠진 뒷부분을 각자가 채워가게 되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