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 메릴 스트립·앤 해서웨이·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패션 드라마 영화입니다. 2006년 1편 이후 20년 만에 돌아온 속편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위기에 처한 패션 매거진 런웨이를 둘러싼 세 주인공의 새로운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메릴 스트립·앤 해서웨이·에밀리 블런트의 귀환
저에게 이 영화를 보러 가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세 배우였습니다. 20년 전 원작에서 각자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던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에밀리 블런트가 다시 뭉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대감이 충분했습니다. 세 배우 모두 20년 사이 훨씬 두터운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그만큼 각자의 캐릭터도 다른 무게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메릴 스트립의 미란다는 여전합니다. 말을 아끼면서도 모든 걸 장악하는 그 존재감이 스크린에서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20년이 지났는데도 미란다라는 캐릭터가 이렇게 선명하게 유지된다는 건 순전히 메릴 스트립이기 때문입니다. 에밀리 블런트의 에밀리는 이번 편에서 역할이 확장됩니다. 럭셔리 브랜드 임원이 된 에밀리가 런웨이와 다시 얽히는 구도인데, 블런트 특유의 차갑고 속도감 있는 연기가 장면마다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앤 해서웨이의 앤디는 신임 기획 에디터로 런웨이에 돌아오는 인물입니다. 20년 전 풋내기에서 성장한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편인데, 다만 이번 편에서 앤디의 변화와 성장이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되느냐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1편에서 앤디가 가진 성장 서사의 힘이 강렬했던 만큼, 그 여운을 이어받으면서도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그 부분이 쉽지 않았다는 평이 많습니다. 앤디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이미 성장한 인물이기 때문에 1편처럼 극적인 전환이 나오기 어렵다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세 배우가 한 화면에 있을 때 나오는 에너지는 이 영화를 보는 가장 확실한 이유입니다.
20년 만에 돌아온 런웨이,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
이번 편의 배경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위기에 처한 패션 매거진 런웨이입니다.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대에 종이 잡지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현실, 그 안에서도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는 미란다와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인물들이 충돌하는 구도입니다. 20년 전 패션계의 권력 구조를 비틀었던 원작의 시선을 현재의 미디어 지형에 대입한 셈입니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런웨이 사무실의 팽팽한 긴장감, 패션쇼 장면들의 화려함, 미란다 앞에서 긴장하는 사람들의 반응. 원작에서 좋아했던 요소들이 2편에도 그대로 살아 있어서 1편을 봤던 관객이라면 반가운 장면들이 꽤 있습니다. 의상과 세트 디자인도 여전히 공들여 만들어진 느낌이라 눈이 즐거운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반면 달라진 것은 시대 배경만이 아닙니다. 캐릭터들의 나이와 위치가 달라졌고, 그에 따라 이야기의 결이 다릅니다. 20대의 앤디가 압도당하면서도 성장하는 이야기와, 경력을 쌓은 앤디가 다시 런웨이로 돌아오는 이야기는 전혀 다른 감정을 요구합니다. 미란다 역시 예전보다 복잡한 상황에 놓이는데, 흔들리지 않던 권력자가 시대의 변화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것도 이번 편의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그 전환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가 이번 편의 핵심 과제였고, 그 부분에서 평가가 갈렸습니다. 1편이 앤디의 성장을 따라가는 이야기였다면, 2편은 이미 성장한 인물들이 다시 같은 공간에서 부딪히는 이야기입니다. 그 차이가 영화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기대와 실망 사이, 속편이 남긴 것
20년 만의 속편이라는 타이틀은 양날의 검입니다. 기대감을 높이는 동시에 그만큼 실망의 여지도 커집니다. 실제로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보는 사람마다 꽤 다릅니다. 원작을 좋아했던 팬들 사이에서도 추억을 되살리는 반가운 속편이라는 반응과, 판은 크게 벌였는데 건질 게 많지 않다는 반응이 공존합니다. 어떤 기대를 가지고 들어가느냐에 따라 체감이 달라지는 영화입니다. 1편에 대한 기억이 강하면 강할수록 2편은 그 기억과 비교하는 과정이 불가피합니다. 그 비교 자체가 이 영화를 보는 경험의 일부라고 봅니다.
비평적으로는 앤디의 성장 서사가 1편에 비해 힘이 약하다는 지적, 전체적인 이야기의 밀도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20년 전의 신선함을 다시 만들어내기보다는 원작의 향수에 기대는 부분이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영화가 의욕적으로 다루려는 주제들이 많은 데 비해 각각을 충분히 파고들지 못한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건 아닙니다. 메릴 스트립의 미란다가 화면에 있는 동안만큼은 눈을 뗄 수 없고, 에밀리 블런트와 앤 해서웨이가 함께 있는 장면들은 원작을 떠올리게 만드는 재미가 있습니다. 완벽한 속편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1편을 좋아했던 분이라면 극장에서 한 번쯤 확인해 볼 만한 영화입니다. 세 배우가 각자의 나이와 무게를 가지고 같은 공간에 다시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이 영화가 존재하는 가장 강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20년 전 런웨이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그 감정만으로도 극장 안에서 반응하는 순간이 분명히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