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7일 국내 개봉한 유레카는 아오야마 신지 감독, 야쿠쇼 코지·미야자키 아오이·미야자키 마사루 주연의 일본 드라마 영화입니다. 2000년작으로, 버스 납치 사건에서 살아남은 운전사와 어린 남매가 몇 년 후 재회해 낡은 버스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217분짜리 로드무비입니다. 제53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국제비평가연맹상, 에큐메니컬상 수상작입니다.

아오야마 신지라는 이름
아오야마 신지는 일본 독립영화계에서 독자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감독입니다. 상업적인 흐름과 거리를 두면서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온 사람인데, 그 작품들 중에서 유레카는 가장 야심차고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작품으로 꼽힙니다. 2000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자체가 이 감독의 이름을 세계 영화계에 알린 사건이었습니다.
영화를 찍는 방식도 독특합니다. 유레카는 흑백과 세피아 톤의 중간 어딘가에 있는 색조로 촬영되었습니다. 선명하지 않고 탁하면서도 따뜻한 그 화면이 영화의 정서와 정확하게 맞물립니다. 사건 이후 세계가 흐릿해진 사람들의 시간을 담는 데, 그 색감이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합니다. 카메라가 인물을 따라가는 방식도 서두르지 않습니다. 길고 느린 숏들이 쌓이면서 관객이 인물과 함께 그 시간 안에 머물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별점 만점을 준 작품이고, 일본 영화 비평의 권위자 하스미 시게히코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를 평할 때 유레카의 성취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언급했을 만큼, 이 영화는 일본 영화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일본 영화계의 걸작이라는 평가가 25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합니다. 그 평가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이번 국내 개봉이 그 기회입니다. 오랫동안 제대로 볼 방법이 없었던 영화가 극장 스크린으로 들어온 것 자체가 드문 일입니다.
야쿠쇼 코지가 만든 마코토
야쿠쇼 코지는 이 영화에서 버스 운전사 마코토를 연기합니다. 납치 사건의 생존자로, 다른 승객들이 모두 죽는 것을 지켜본 사람입니다. 사건 이후 마코토는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합니다. 말이 없어지고, 주변에서 혼자 떠돌고, 존재 자체가 사건 안에 묶인 채입니다. 야쿠쇼 코지는 그 상태를 거의 대사 없이 몸과 눈빛만으로 유지합니다.
이 영화에서 야쿠쇼 코지의 연기를 자신의 최고작으로 꼽는 평론가와 관객이 있습니다. 설명하지 않는 연기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마코토가 무엇을 느끼는지, 왜 그 남매와 다시 만나 버스 여행을 시작하는지를 영화는 직접 말하지 않습니다. 그 공백을 야쿠쇼 코지가 채우는 방식이 이 영화의 감정적인 핵심입니다.
어린 남매를 연기한 미야자키 아오이와 미야자키 마사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미야자키 아오이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코즈에라는 캐릭터가 가진 침묵의 무게를 어린 나이에 감당해 냈습니다. 같은 사건을 겪은 세 사람이 한 버스 안에서 공존하는 장면들, 그 장면들의 공기를 만들어내는 데 세 배우가 모두 기여합니다. 마코토가 마지막에 내리는 선택도 야쿠쇼 코지가 쌓아온 217분이 있기에 그 무게가 전달됩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 남우주연상을 받기 전부터 야쿠쇼 코지는 이미 유레카에서 그 연기력을 증명해 놓은 셈입니다. 두 영화를 연결해서 보는 것도 이 배우를 이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217분을 버티는 이유
217분은 가볍지 않은 러닝타임입니다. 상업 영화 두 편을 연달아 보는 것보다 길고, 중간에 어딘가 가고 싶어지는 순간이 분명히 옵니다. 이 영화가 빠르게 전개되지 않는다는 건 미리 알고 들어가야 합니다. 드라마틱한 사건이 연속으로 터지지 않고, 대화가 넘쳐나지도 않습니다. 버스가 달리고, 풍경이 지나가고, 사람들이 조용히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공통적인 게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 속도에 익숙해지고, 그 안에서 인물들과 함께 숨을 쉬게 된다는 것입니다. 로드무비라는 형식이 이 영화에서 단순한 장르가 아니라,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딘가로 움직이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버스가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게 아니라, 가는 것 자체가 이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감각이 영화를 이끕니다.
25년 전 영화가 지금 다시 극장에 걸린다는 것도 생각하게 만듭니다. 2000년에 칸에서 상을 받고 국내에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이 영화가, 야쿠쇼 코지가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다시 주목받는 흐름입니다. 217분이 부담스럽다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남기는 것을 알고 싶다면,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버스가 멈추는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서야 그 긴 시간이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알게 되는 영화입니다. 그 감각은 직접 겪어야만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