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7일 개봉한 파이널피스는 구마자와 나오토 감독, 사카구치 켄타로·와타나베 켄·사사키 쿠라노스케 주연의 일본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입니다. 추리 작가 협회상 수상 작가 유즈키 유코의 소설 '반상의 해바라기'를 원작으로, 산속에서 발견된 유골과 고가의 장기말을 둘러싼 두 남자의 운명을 그린 작품입니다.

사카구치 켄타로의 낯선 얼굴
사카구치 켄타로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한국 팬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아마 로맨스일 것입니다. 여러 로맨틱 드라마와 멜로 영화를 통해 국내에서 팬층을 쌓아온 배우인데, 파이널피스에서 그의 얼굴은 완전히 다릅니다. 웃음기가 없고, 표정이 닫혀 있고, 어디를 향하는지 모를 눈빛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 낯섦이 이 영화를 보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가 됩니다.
그가 연기하는 케이스케는 천재 장기 기사입니다. 혜성처럼 등장해 모두를 제치고 무대 위에 서는 인물인데, 그 뒤에 무언가 감추고 있다는 게 영화 초반부터 느껴집니다. 삶과 죽음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캐릭터라는 감독의 설명처럼, 케이스케라는 인물은 내내 불안정합니다. 장기판 앞에 앉을 때만 유일하게 안정적으로 보이는 사람. 그 설정 하나가 인물을 꽤 입체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사카구치 켄타로가 이 역할을 얼마나 소화하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조금 나뉘는 편입니다. 기존 이미지와의 괴리를 즐기는 시각과, 그 변신이 완전히 설득력 있게 와닿지는 않는다는 시각이 공존합니다. 다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 그는 안전한 선택을 하지 않았고, 그 도전 자체는 분명히 보입니다. 로맨스 배우가 아닌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를 보고 싶다면, 파이널피스가 그 기회를 줍니다. 내한 무대인사에서 그가 직접 언급했듯 이 영화는 인종과 직업을 초월해 구원 서사를 담으려 했고, 그 의도를 연기로 구현하는 것이 배우에게 쉬운 과제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 도전의 흔적이 스크린에 남아 있습니다.
장기판이 만들어낸 긴장
장기를 소재로 한 영화가 흔한 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출발점이 조금 독특하게 느껴집니다. 산속에서 발견된 유골, 그리고 그 옆에 놓인 고가의 장기말. 이 두 가지가 영화의 첫 단추입니다. 장기말이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사건의 실마리이자 두 인물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다는 설정이 이 영화의 핵심 뼈대를 이룹니다.
케이스케와 토묘, 두 남자 사이의 관계가 영화의 중심축입니다. 천재 기사와 전설적인 도박꾼이라는 조합인데, 두 사람이 어떤 악연으로 얽혀 있는지가 영화가 풀어가는 가장 큰 퍼즐입니다. 와타나베 켄이 연기하는 토묘는 화면에 등장하는 방식 자체가 특이합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서술 구조 속에서 그의 존재감이 서서히 쌓이는 방식이라, 전반부에는 이 인물이 정확히 뭘 하는 사람인지 파악이 잘 안 됩니다. 그 불명확함이 오히려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구조입니다.
장기 대국 장면들은 이 영화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으로 보입니다. 대국 자체가 클라이맥스이자 두 인물의 감정이 폭발하는 지점이 되는데, 장기 규칙을 모르더라도 그 긴장감은 충분히 전달됩니다. 단 한 수에 모든 것이 걸린다는 감각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고, 그게 이 영화를 단순한 미스터리물 이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인물들의 숨겨진 동기가 드러나는 방식이 장기의 수싸움과 겹쳐지는 연출은 나쁘지 않습니다.
원작 반상의 해바라기가 가진 힘
이 영화의 원작은 유즈키 유코의 소설 '반상의 해바라기'입니다. 추리 작가 협회상을 수상했고 일본 서점대상에서 2위에 오른 작품입니다. 그 무게감이 영화화에 7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배경이기도 합니다. 원작을 먼저 읽은 독자들이 기대하는 바가 명확히 있는 소재이고, 그런 원작 팬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작업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원작 소설이 가진 가장 큰 특성은 두 인물의 내면을 깊게 파고드는 서술 방식입니다. 케이스케가 왜 장기에 모든 것을 거는지, 토묘가 왜 그런 삶을 살아왔는지를 풍부하게 설명하는 게 소설의 방식이었는데, 영화는 그 부분을 영상 언어로 얼마나 옮겨냈는지가 관건이었습니다. 리뷰들을 보면 그 번역이 완전히 성공했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평이 있습니다. 러닝타임 안에 담을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빈자리가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감독의 연출 의도는 분명히 읽힙니다. 케이스케가 마지막에 장기판 앞에 다시 앉는 것이 살아내기로 한 선택이라는 해석, 그 구원 서사를 완성하는 것이 영화가 향하는 방향이었습니다. 원작을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마지막 장면에서 그 의도는 전달됩니다.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게 다루되, 끝에서 빛 한 줄기를 남기는 방식이 이 영화를 단순히 어두운 스릴러로 분류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원작을 먼저 찾아볼지 영화를 먼저 볼지 고민된다면, 어느 쪽이든 나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