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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드의 목소리: 카우타르 벤 하니야의 다큐드라마, 실제 목소리로 한 연기, 베네치아 기립박수

by 말그레75 2026. 6. 10.

2026년 4월 15일 개봉한 힌드의 목소리는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의 다큐드라마 영화입니다. 2024년 1월 가자지구에서 총격을 받는 차 안에 갇혀 구조를 요청했던 여섯 살 팔레스타인 소녀 힌드 라잡의 실화를 바탕으로, 실제 통화 녹음과 증언을 토대로 제작됐습니다. 제82회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23분간의 기립박수와 함께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았습니다.

힌드의 목소리 포스터

카우타르 벤 하니야의 다큐드라마 방식

카우타르 벤 하니야는 튀니지 출신의 감독입니다. 이전 작품들에서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현실을 다큐멘터리적 시선으로 담아온 감독으로, 힌드의 목소리에서는 그 시선을 극영화의 형식과 결합했습니다. 다큐드라마라는 장르는 실화를 다루되 배우가 연기하는 방식인데, 이 영화에서 그 결합이 특별한 이유는 재현 방식에 있습니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재연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실제 콜센터 직원과 힌드가 주고받은 통화 녹음 파일을 영화에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배우들은 이어폰으로 그 실제 음성을 들으면서 연기했습니다. 힌드가 제발 데리러 와 달라, 무섭다고 울먹이는 목소리가 영화 안에서 반복해서 흘러나옵니다. 그 목소리가 허구가 아닌 실제 기록이라는 사실이 영화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주간경향은 이 영화에 대해 비극을 재현하는 형식이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묻는 작품이라고 평했습니다. 보기 힘든 영화라는 걸 감독도 알고 있고, 그럼에도 이 방식을 택한 이유가 영화 전반에 걸쳐 느껴집니다. 다큐드라마라는 형식이 이 사건을 전달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방법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영화를 보는 내내 따라붙습니다. 그 질문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것이 카우타르 벤 하니야의 연출이 선택한 방향입니다. 단순히 사건을 재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관객이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를 끝까지 고민한 흔적이 영화 안에 있습니다.

실제 목소리로 한 연기가 만드는 것

배우가 실제 사건의 당사자 목소리를 이어폰으로 들으며 연기한다는 것은 보통의 촬영 방식이 아닙니다. 스크립트를 외우고 감독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던 일의 소리를 귀에 담은 채로 그 순간을 다시 살아내는 방식입니다. 배우의 반응이 연기가 아니라 그 소리에 대한 실제 반응에 가까워지는 구조입니다.

그 방식이 화면에서 어떻게 보이는지가 이 영화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로튼 토마토는 이 영화를 실제 현실의 요소들을 통합해 잊기 어려운 만큼이나 관람하기도 힘든, 우리의 인간성에 강력하게 호소하는 실로 괴로운 다큐드라마라고 평했습니다. 관람하기 힘들다는 표현이 영화를 폄하하는 게 아니라, 그 힘든 감각 자체가 이 영화가 의도한 바라는 뜻입니다.

국내 개봉에는 배우 소지섭이 한국어 목소리 지원에 나섰습니다. 소지섭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이 영화가 국내에 소개되는 방식 자체도 이 작품이 단순한 예술영화 이상의 맥락을 갖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88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짧지 않게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는 경험은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함께 감당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실제 목소리를 들으며 연기한 배우들이 화면 위에서 전달하는 것이, 기사나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닿습니다. 그 닿는 방식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베네치아 23분 기립박수의 의미

제82회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이 영화는 상영이 끝난 뒤 23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습니다. 23분이라는 시간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영화가 끝난 뒤 그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는 행위가, 상영관 밖의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관객들이 알고 있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베네치아에서의 반응이 이 영화에 대한 최종 평가는 아닙니다. 영화가 다루는 사건의 무게와 영화적 완성도를 어떻게 구분해서 볼 것인가에 대한 시각은 나뉩니다. 감독이 선택한 형식이 그 사건을 담기에 가장 적절한 방법이었는가, 실화 기반의 다큐드라마가 이 정도의 직접성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비평 안에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 영화가 베네치아 경쟁 부문에서 상을 받고 전 세계 극장에서 상영된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발언입니다. 쉽게 보고 잊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고, 그것을 감수하고 극장을 찾을 의향이 있는 관객에게 이 영화가 남기는 것은 오래갑니다. 23분의 기립박수가 보여준 것처럼, 이 영화 앞에서 사람들이 반응하는 방식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영화관을 나서고 나서도 힌드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남아 있다면, 그것이 이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베네치아의 기립박수는 그 이유를 관객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증거이고, 한국 극장에서도 그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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